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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do의 문제해결연구소 2F-아이디어에 대하여

by holaf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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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시선으로 생각하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디어를 찾지 않는다 — 뭉뚱그려 보기, 시점 옮기기 / ‘점'을 ‘선으로 이어가는 놀이를 통해 주변시력을 훈련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데에는 중심 시력과 주변 시력이 있다. 한 곳을 집중해서 보지만, 그만큼 그 외 정보를 무시하기 쉬운 중심 시력과, 움직임과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주변 시력이 있다. 축구로 치면, 스트라이커가 중심 시력에 탁월하다면 센터백은 주변 시력에 탁월해야한다. 주변 시력은 타겟 주변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만들수 있는 기술’이다. 점을 선으로 잇는 놀이를 하다보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애매모호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조합/연관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찾으려 하면 더 멀리 달아는 게 아이디어죠.

oppopet, computer mouse for ELECOM (2011) 마우스 디자인을 의뢰받은 넨도는 마우스보다 그 주변인 책상, 충전용 케이블, USB…를 뭉뚱그려 바라보았다. 그 중 보통 마우스 밑면에 숨겨 쓰는 USB리시버가 눈에 띄었고, 이것을 오히려 노출시켜 재미난 동물 시리즈 마우스를 디자인했다.

 

아이디어를 ‘짜내는 방법’보다는 나오는 체질로 만들어라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체질은 ‘변화를 줄이는’ 노력부터

사토 오오키는, 아이디어란 쥐어짜 ‘내놓은' 것이 아니라 술술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라 한다. 변비나 설사 조짐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매일 어느정도 일정하게 하는 배출행위에 비유한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여행을 간다거나, 새로운 환경을 찾는 것은 아쉽지만 답이 되기 어렵다. 오오키의 경우, 매일 같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같은 곳에서 개를 산책시키고, 같은 카페에서 같은 음료를 마시는데 이러한 반복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낼 수 있다고 한다. 히사이시조도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고, 무라카미하루키도 매일 4시간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시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꾸준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안정적으로 생활해야 ‘바로 지금이다' 싶을 때 폭발적 힘을 낼 수 있다.

 

기시감도 때로는 무기가 된다 / ‘몇 퍼센트의 사람이 익숙하다고 느낄 것인가' — 기시감 조절하기

인간은 개성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어느정도 충족되면 친근함과 안정감을 찾게 된다 (need for conformity). 새로운 것을 좋아 하지만, 너무 새로우면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인간이 이렇게나 복잡한데, 그만큼 디자이너는 이러한 성가신 심리를 잘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이 ‘기시감 조절하기’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소비자 타겟을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품개발 단계에서 주 소비자 층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아닌지에 따라 아이디어의 정밀도가 달라지고, 타겟이 한정적일수록 아이디어 정밀도도 예리해진다. 99퍼센트 사람에게 익숙함을 줄 것인지, 5퍼센트 사람에게 익숙함을 줄 것인지? 이렇게 기시감을 조절해서 대중시장부터 틈새시장까지 구분해서 겨냥해야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나 가치를 구현하는 상품일수록 기시감을 높게, 익숙함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애플이나 브라운이 이 부분에서 잘하고 있는 것은, 적절히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디지털 제품/서비스에 녹여내고 있다는 것이다.

bottleware for Coca-cola (2012) ‘코카병 재활용' 프로젝트에서 넨도는 ‘코카콜라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또 너무 직설적이면 촌스럽기 때문에 기시감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병의 바닥 부분을 이용해 다양한 용기를 만들어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느낌을 전달했다.

 

형상과 배경의 반전으로 아이디어를 갈고닦는다 / 동등하게 보기

형상과 배경 figure and ground를 뒤집는 훈련은 문제해결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흰색 의자를 더 하얗게 만들기 위해 의자를 칠할 수도 있지만, 배경을 죽일 수 도 있다.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품질을 포기하기보다, 타제품의 가격과 질을 높일 수 있다. 형상과 배경을 뒤집어 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형상이고 무엇이 배경인지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정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러모로 디자이너란 이런, 저런 생각을 모두 가진 뭉뚱그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편견없이 보는 대신, 그래도 확고한 기둥은 만들어 놓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다. 영화감독/작가에 대입하자면 주연과 조연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조연을 통해 주연을 만들고+조연을 보면서 주연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symmetrick for Terzo (roof cargo box, 2013) 넨도는 제한된 스케줄과 예산 안에서 차량 루프 박스를 디자인해야했다. 당시 경쟁사가 좌우 어느 쪽에서나 열 수 있는 신상품을 내놓아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고 한다. 넨도는 그 기능을 따라하기 대신, 대칭적 외관을 가진 루프 박스를 디자인하여 사용자가 박스를 원하는 쪽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당연한 것'을 배합해 ‘메뉴에 없는 아이디어'를 만든다 / 다른 것을 배합해도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 요령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시선이 중요하죠. 흰 눈금이 인쇄된 자와 검은 눈금이 인쇄된 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연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 둘을 배합하면 배경이 밝건 어둡건 어떤 상황에서도 길이를 잴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자가 탄생합니다.

 

배합에도 요령이 있다. 바로 ‘일석이조'를 노리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이 안되는 것처럼, 배합을 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된다. 한 마리 토끼에 집중해 아이디어를 내고, 두 번째 토끼는 자연스럽게 잡는 느낌으로 가야한다.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기획(진짜 문제를 찾아 디자인 방향성 찾는 과정)을 대충 얼버무리고 제작단계로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흠.. 그래도 일단 배합훈련을 위해선 인위적으로 섞는 과정을 반복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contrast ruler (2014)

 

작은 종이 메모술로 아이디어에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사토 오오키의 메모 습관

‘한 종이 = 하나의 아이디어’라는 느낌으로 매일 조각조각 써둔 메모를 파일에 꽂아둡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펼쳐봤는데 아무 느낌이 없는 메모는 곧바로 버려버립니다. 몇 주마다 한 번 씩은 메모 파일을 펼쳐두고 ‘재고 정리'도 합니다. 맥락 없는 아이디어들을 그룹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순서를 절해가며 줄지어도 보고 겹쳐도 봅니다. 그러다 보면 가끔씩 재미있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죠. 한장한장 개별적으로 바라보는 절대평가와 여러장을 비교하는 상대평가를 병행해간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뭔가 ‘이거다'하는 걸 손에 넣었다는 느낌이 들면 관련 메모를 전부 버려버립니다. 머릿속에 남겨두기만 한 것이 나중에 써먹을 때 더 편하기 때문이죠.

 

‘한 종이 = 하나의 생각' 철칙은 지키는 것이 좋다. 이런식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남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종이는 작은 것이 좋다. 큰 종이일수록 채워야할 것만 같은 이상한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쁜 다이어리를 사서 몇장 못 채우는 이유이다. 그래서 올해 들어 일기를 ‘한 종이 = 하루’ 기록하고 있다. 아이디어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확실히 앱에서 기록하는 것보다 종이로 기록하는 것이 만져지는 형태라서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차분히 주말에 카페에 가서, 메모 박스를 뒤적이면서 사토 오오키처럼 ‘재고 정리'를 하고, 하나 정도는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해보는 알찬 시간을 보내고싶다.

 

가상의 브레인스토밍으로 ‘빙의력’을 높인다

남의 일에 얼마나 감정이입할 수 있는가, 이러한 빙의력은 아이디어의 기점이 되어준다. 내가 소비자라면? 내가 디자이너라면? 내가 사장이라면? 부하직원이라면? 이런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말하지 못했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기회가 생긴다. 이 점에서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뿌연 안경과 모래주머니를 착용하는 등 실제로 노인에 빙의해 3년을 보낸 후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저상버스와 같이 노인에게 필요한 디자인을 했다.

빙의하면 영화 ‘써니'의 이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할머니 인용을 넘어 빙의하니 전달력이 훨씬 높아진다.

 

서투른 이미지일수록 아이디어는 ‘발효'된다 / 한 발만 물러서도 아이디어는 무한대로 증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형편없는 스케치가 좋은 겁니다.

 

사토 오오키는 아이디어에도 경도가 있다고 말하며, 부드러운 아이디어가 사용자에게 여지를 남기면서 더 기억에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사용자테스트에 대입하자면, 너무 완성된 비주얼 프로토타입으로 하게 되면 사용자는 어쩐지 의견을 더할 틈이 없다고 느껴서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아이디어가 너무 고정화되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스케치, low fidelity prototype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어떤 결정을 오늘 하든 내일 하든 크게 상관없다면 내일 결정하는 게 더 좋습니다. 한발 물러선 상태에 하루 더 머물게 되면 아이디어가 전혀 딴판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척척 결정해나가는 게 기분이야 더 좋겠죠. 하지만 다소 찜찜하더라도 최대한 미뤄보는 것. 그런 습관을 들이면 유연한 발상도 자연스럽게 몸에 붙게 됩니다.

직업이 정해지는 것에 overwhelming하고 싱숭생숭한 기분은 취업준비를 하면서 많이 느껴봤다. 오오키가 위로를 주기 위해 이 대목을 쓰진 않았겠지만, 지금 내 상황에 대입해보니 지금이 힘들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꽤 좋아졌다.

모두가 알고 있는, 즉 이미 고정화된 ‘곰돌이 푸'를 다시 부드럽게 만드는 ‘연화' 작업을 통해 테이블을 디자인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곰돌이 푸 이미지로 바로 디자인을 했다면 유아스러운 가구가 나왔을 것이다. 따라서 ‘듣다 보니 곰돌이 푸처럼 보이기도 하고'까지 추상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츠타야 서점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한 어린이는 테이블을 의자 삼아 책을 읽었다고 한다. ‘역시나 아이들은 머리가 유연하구나'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거실 소파를 등받이로 쓰는 한국인들이 생각났다.

 

아이디어의 ‘입력'과 ‘출력'을 원활하게 만드는 세 가지 단계 / 흑백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회색 사고법'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있고, 출력이 있어야 입력할 공간이 생긴다. 입력과 출력, 이 과정을 어떻게 순환구조로 잘 빚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오키는 입력 요령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회색 상태 유지하기, 비주얼화하기, 사물을 최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라보기 (Gray, Visualize, Positive).

 

Gray 먼저 입력을 할 땐, 최대한 흑백이 아닌 회색으로 느슨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정보를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기술을 긍정적으로만 보게 되면 기술에 끌려다니게 된다. 부정적인 부분이 보이면 그것을 아날로그적 요소로 보충할 수 있고, 대량생산이 힘들다면 그것을 장점으로 어필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Visualize 정보를 잘 저장하기 위해서는, 즉 쉽게 인출되게끔 하려면 ‘상' image로 만들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Positive 눈길이 안 가는 정보에 대해서는, 시선을 바꿔 보는 긍정적/적극적 태도가 중요하다. 단점도 장점으로 바꿔바라보는 것이다.

정보량이 같음에도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정보를 대하는 이런 자세의 차이 때문입니다.

출력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절대 소극적이면 안된다. Crazy, wild 아이디어도 마구 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초반에는). 오오키가 말하는 입력과 출력은 디자인 과정에 있어, 기획과 제작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입력과 출력이 뒤죽박죽 섞이지 않도록 입력과 출력을 나누어 스케줄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입력(취재)일에도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입력할 땐 입력에 집중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공상으로 ‘아이디어 서랍'의 개수를 늘린다 / 뒷면의 뒷면은 앞면

강아지와 산책하던 중 사토 오오키는 공상에 빠진다.

 

자판기를 발견 → 캔커피 발견 → 광고모델 → 경기가 좋을 땐 섹시한 스타일, 경기가 나쁠 땐 청순한 스타일이라던데… → 같은 브랜드 신제품 hot 진저에일 → 벨기에에선 감기에 걸리면 콜라를 데워 먹는다던데… → hot 진저에일이 왜 지금까지는 없었을까? → 온도가 높으면 탄산이 빠져나간다는데… → 표면장력을 어떻게 끌어올린거지? → 비눗방울에 설탕을 넣으면 잘 안부서진다던데, 혹시 이런식으로?

 

이처럼 언뜻 쓸데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흥미'를 갖고 ‘다양한 방면에서 공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습관이 디자이너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늘 사물의 ‘뒷면'을 보려고 합니다. 좀 더 파들어 가다가 ‘뒷면의 뒷면이 되어 앞면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가끔 있죠. 자, 그렇다면 이런 경우 앞면과 제일 처음 봤던 앞면이 같을까요? 당연한 것을 제외시켜 보고, 그것을 과감히 뒤집어 보는 것. 그러나 다시 제외시킨 것의 필요성을 깨닫고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얼핏보면 헛수고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나 우선순위를 재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고 뒤집고 돌아오는 작업 안에서 아이디어는 더 반짝입니다. 자연스레 정리도 되고 말이죠.

 

'잊는 기술'로 다음 아이디어를 불러들인다 /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에는 ‘멈춰보는 용기'를

의식적으로 망각하는 것은 지금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머릿속 룸을 만들어주어 ‘쾌적한 사고'를 가능케 해준다. 오오키는 잘 잊기 위한 요령을 몇가지 알려준다. 첫 째, 많이 생각할 것. 생각거리가 많을 수록,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망각된다. 둘 째, 당면한 생각은 반드시 일단락 짓는다. 무언가를 clear했다는 개운함이 망각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300개 넘게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하다보니 이러한 요령이 생겼다고 한다.

brackets-lite for Kokuyo 조립형 회의용 테이블 시스템 (2014)
brackets for Kokuyo 조립형 회의용 소파 시스템(2013) 조립형 회의용 소파 시스템이 히트를 쳐서 이듬해 테이블 시스템도 디자인했다. 오오키는 이 가구를 ‘무언가를 잊게 만들어 주는 가구'라고 표현한다. 잠깐 멈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이미지, ‘생각을 정리해 개운한 기분으로 그 자리를 뜬다’라는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빠른 결단과 양자택일 / 강력한 선택지 두개로 걸러내는 습관을 들인다

틀려도 괜찮으니 가능한 한 빠른 결단을 내린다.

좋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더불어, 선택지 안에서 해답을 좁혀가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어설프게 끝나버리는 겁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지를 지워버려 실패라도 한다면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은 결단의 연속이다. 소비자의 요구, 생산성, 기능, 비용, 스케줄 등 최적의 결단을 끊임없이 내려야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다. 초반에 틀리면 수정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복구가 어렵다. 그래서 최대한 사용자테스트를 초반부터 low fidelity 프로토타입이더라도 하는 것이 좋다.

정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오답을 찾는 것은 비교적 쉽다. 넨도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양자택일'로 선택지를 줄인다고 한다. 선택지가 하나여도 하나를 더 찾는다. 너무 헷갈리면 대개 ‘처음에 맞다고 생각한 것'이나 ‘난이도가 어려운 것'이 정답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력한 두개의 선택지를 구성하는 팁은, 서로를 잡아당기는 두가지를 찾는 것이다. ex 평범/비범, 적극적/소극적, 대비하다/방치하다…

 

뇌가 쾌적하다고 느끼는 몇 개의 ‘스위치'를 가진다 / 환경의 서랍 개수를 늘려 뇌를 편안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이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만큼 ‘환경만들기'도 중요한 업무가 된다. 음악이든, 상황이든 자신에게 맞는/뇌가 쾌적하다고 느끼는 몇 개의 스위치/서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환경을 통으로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에 요소로 나누어 두는 것이다. 프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야하지만, 그러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간극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디자이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최대한 나의 뇌가 원하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낳는다.

spicebox office design (2013)

 

1퍼센트의 감각을 위해 필요한 99퍼센트의 논리 / 좌뇌와 우뇌에는 명확한 ‘사용처’가 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라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철저하게 이성과 논리로 구성된 상품 제작의 가장 마지막에 아주 미세한 ‘감각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99퍼센트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마지막 1퍼센트가 도무지 쉽지 않은 거죠.

그래서 우뇌와 좌뇌의 밸런스를 항상 의식하려고 합니다.

감각적 요소의 퍼센트는 프로젝트에 따라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기획과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노력은 상대적이다. 또한 그 순서도 정해진 것은 아니다. 사토 오오키는 개인적으로 50대 50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한다. 이 비율은 나라에 따라서도 다른데, 유럽은 감각 퍼센트가 높은 반면 독일, 미국, 일본 등 기업 주도 국가에선 이성/논리 퍼센트가 높다. 오리지널하거나 혁신적인 상품도 좋지만, 그보다 문제해결형 발상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은 마케팅, 광고와 쉽게 연동되기 때문에 글로벌시장에서 대중에게 전달되기 수월하다.

ume-play collection for Gen-Emon (2013) 사용자에게 조합해 쓰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브랜드 매표 무늬인 ‘덩굴 그림’를 이용하기로 했다. 좌뇌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다음부턴 DJ가 음악을 리믹스하듯 우뇌를 풀가동해 다양한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좌뇌를 먼저 사용한 케이스다. ‘덩굴무늬를 살리자' ‘금형을 새로 만들지는 말자'와 같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올랖

디자인을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어 공부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농구 슛 연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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