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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과 죽음 (책 '노르웨이의 숲')

by holaf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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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은 2017년에 처음 읽고 감명받았던 책으로, 한껏 센치해진 2019년 겨울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이 작품은 와타나베의 성장통을 주변인물과 상호작용을 통해 상당히 섬세하고 덤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1960대 말 고도성장기 일본이라고 하는데, 이 시점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손색이 없다.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내게 남은 두가지 키워드는 '불완전'과 '죽음'이다.

 

불완전

주인공 와타나베의 성장통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극중 모든 인물은 상당히 솔직하다.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가장 불완전한 인물료 묘사되는 나오코 또한 본인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와타나베에게 솔직하게 표현한다. 나오코와 시간으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마주한다면, 레이코씨와 만남을 통해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가만 내버려 두어도 흘러가야 할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할 때는 상처를 주게 되는 법이니. 좀 잘난 체를 할게요. 와타나베도 인생의 그런 모습을 이제 슬슬 배울 때가 되었어요. 당신은 때로 인생을 너무 자기 방식에만 맞추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신병원에 들어가는게 싫다면 마음을 조금 열고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요. 나처럼 무력하고 불완전한 여자도 때로는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멋진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정말이에요, 이거! 그러니 더 많이많이 행복해져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요. 뭐가 옳은지 그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요?" -레이코씨

 

생각해보면 나도 스무살 쯔음, 인생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를 처음 제대로 느꼈던 듯하다. 내 행동을 후회하거나 답답해하며 분을 쉽게 삭히지 못했다. 레이코씨의 말을 듣고, 엄마가 대수롭지않게 쓰윽 지나가면서 "원래 너가 하고 싶은대로 다 되는게 아니야"라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났다.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용기가 정말 없었다. 그래서 그러한 상황이 생기면 자책하기 일수였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는데,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진리를 마주하게 되면서였다. 나도 완벽하지 않고, 남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너무 나무랄 필요도, 남을 너무 나무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숲은 이러한 나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었다.

모두 불완전하기 때문에 막 나가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극 중 레이코가 말했듯, 인간이 불완전해서 가장 좋은 것은 서로를 돕는 것이다.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요청에 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혹여나 화가 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이 키워드 '불완전'을 생각하면서 화를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죽음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가장 큰 울림을 받았던 대목이다. 이 책에서는 죽음이 대수롭지 않은 듯이 담담하게 빈번히 나온다. 죽음이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묘사되고 반복되는 것에서,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또한 인간의 불완전함처럼 자연스러운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은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려고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이 아닐까? 죽음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피할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아가면 삶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무엇을 위해 죽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으로 죽고 싶은가? 등 죽음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려보면 삶에서 중요시 여겨야 할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 교보문고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의 이야기―젊은 날엔 누구나 울창한 숲속 한 그루 나무 같은 고독 속에서,꿈과 사랑과 정든 사람들을 차례차례 잃어 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마련이다.이

www.kyobobook.co.kr

 

Norweigian Wood (The Bird Has Flown) - Beatles

 

이 소설과 정말 어울렸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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