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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커피와 런던 신호등 -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를 읽고

by holaf 202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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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태 디자이너는 본인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디자인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중을 <CEO, 디자이너, 일반인> 이렇게 세 분류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한 점이 깔끔하다. 이돈태의 경험을 엿보며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애티튜드를 가져야 좋을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저자 이돈태 디자이너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Royal College of Art (RCA) 제품디자인 공부 후 98년도 영국 대표 디자인 회사  탠저린 에 인턴으로 입사해 7년 후 대표가 되었다. 삼성전자, SKT,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 고문 활동, 이 외에도 교수를 겸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미지근한 커피와 런던 신호등이다.

 

1. 미지근한 커피

뜨거운 커피나 차가운 커피는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렇다고 미지근한 커피를 만든다면 모두가 돌아설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 대목이다. 공자가 말했듯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이라 보기 어렵다. 훌륭한 사람에게 훌륭하다는 말을 듣고 나쁜사람에게 나쁜 말을 듣는 사람이 진짜 훌륭한 사람이다.

 

 

2. 런던 신호등

실제로 영국 여행 당시 무단횡단이 만연한 것에 놀랐던 경험이 있다. 다같이 지키지 않다보니 무질서와 질서가 공존하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어지간히 정지선을 안지키는 한국 차들을 생각하면, 사고가 나기 쉽상일 것 같았다. 이와 달리 영국 차들은 기본적으로 정지선을 잘 지키는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신호등이 횡단보도 이전-에 위치하기 때문에 신호를 보기 위해선 일단 횡단보도 전에 멈추도록 설계되어있는 것이다.

영국은 신호등을 횡단보도 앞에 배치해, 차들이 신호를 보기 위해서라도 정지선을 지키도록 유도한다.

 

토탈 디자인 Total Design — 디자인의 의미, 영역에 대하여

인은 과정이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찾는 과정도 디자인에 포함한다. 시장조사에서 부터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그리고 심지어는 고객의 손을 떠날 때까지 모든 과정에 디자인이 관여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결과물 (그림)이 아닌 것이다. 한 마디로, UX디자인은 디자인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 아니라 디자인 그 자체이다. 한국과 유럽에서 디자인 의미와 영역은 매우 다르게 해석된다.

누군가는 유럽과 한국의 디자인 격차를 줄이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차별화 전략이 되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개념/방법론은 'Total Design’이다. 처음 이 것을 소개한 영국 교수 Stuart Pugh는 이와같이 말했다, “Total Design은 시장과 사용자의 요구부터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성공적인 상품 세일즈까지 포함한 조직적 활동으로, 제품, 프로세스, 사람, 그리고 조직을 모두 아우르는 활동이다.” 디자인의 영역을 상당히 확장시킨 것이다. 저자는 영국 유학 당시 현지 학생들에게 “생각이 중요하지, 그림이 중요한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Total design : integrated methods for successful product engineering

 

아직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 UX디자인과 디자인 씽킹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아직 한국에서 디자인은 그림이다. ‘어 너 그림 잘 그리겠다’라는 반응은 몹시 흔하다. 신입채용에서도 디자인 직무는 생각보다는 비주얼을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그것도 그럴것이, 신입에게는 기획이라는 큰 업무를 줄 리 없기 때문에 당장 쓰임새가 있으려면 그림실력이 뛰어나야한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디자인’이라는 멋진 단어가 너무 제한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텐저린에 입사할 때만해도 나는 스스로를 디자인 전략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의욕을 불태워도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 전략을 짜는 업무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2년 정도 모델링 작업을 한 후 나는 더 이상 스티로폼 먼지를 들이마시지 않아도 됐다.

 

UX디자인? 그냥 디자인!

뭐든지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에서 UX디자인은 디자인 그 자체가 아니라, 기획 과정 (찾는 과정)이 중시된 디자인이라는 별도의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 UX디자인은 기획에 가깝다. 사실 과도기는 축복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보아 2–30년의 갭이 있지만, 한국은 유럽을 쫓고 있다. 이 시간동안 UX디자이너로서 무기를 갈고닦아 좋은 UX디자이너가 된다면, 십년 후엔 좋은 디자이너로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훗날 유럽만큼 디자인 영역이 넓어지면 아무리 UX를 강조해도 ‘사용자중심으로 생각했다고? 당연한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텐데, 그 특별함을 지금 누린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되려 좋아진다.

 

디자인도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람공부가 디자이너에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 공부가 디자인 공부로 여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Multi-disciplinary를 넘어 Trans-disciplinary

디자이너는 편식하면 안된다. 디자인을 Total Design으로 이해하면, 디자이너가 시각화 능력 외에도 기술, 개발, 데이터분석,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진다. 또한 산업을 가려서도 안된다. 항공기 좌석부터 걸레까지 모든 걸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이돈태처럼, 보기좋고 근사한 것만 쫓기보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함을 명심하고 바뀌지 않는 가치에 집중해야한다.

만약 모든 디자이너의 장단점이 비슷하다면, 아쉽지만 이들의 디자인은 죽은 디자인이다.

 

나 자신을 알자

집단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주제파악이다. 나를 알고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지 알아차려야 한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고, 무엇을 극대화하고, 무엇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

학창시절, '그거 열심히 해서 뭐해?' '남의 발표 들어서 뭐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마치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 쉽다. 물론 지름길이 있다면 지름길로 가도 된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나는 나처럼 하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제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분야의 디자인을 시키는데, 다른 데로 가야할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게 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코 하지 못한다.

 

만병통치학은 없다 — Context 문맥을 이해하는 디자인

디자이너라면 항상 의심하고 context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한다.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없다. 새로운 인터렉션이 필요한 핸드폰같은 경우에는 글로벌리즘 전략이 먹히지만, 생활밀착형 전자제품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은 로컬리즘 전략이 더 적합하다.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사고의 핵심 세가지는 관찰, 상상, 그리고 구성이다. 상상은 디자이너의 특권이나 의무이지만, 먼미래를 imagine하는 것보다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foresight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디자인을 훔쳐보는 것도 방법이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Picasso said and Steve Jobs quoted

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copy
-T.S. Eliot

 

듣도보도 못한 것은, 사람들이 듣고보고 싶지 않아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의외의 접점에서 여러가지를 조합해보고 새로운 지점을 찾는 것이 크리에이티브다.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 - 교보문고

글로벌 디자이너 이돈태의 크리에이티브 전략 | 한국인 최초 글로벌 디자인 회사 탠저린의 공동 대표 이돈태, CEO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말하다디자인이 혁신의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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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태 linkedin

https://www.linkedin.com/in/donta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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